기업문화 측면에서 본 아시아나 항공 M&A, 어디가 인수해야 좋을까?

오늘은 조만간 전개될 아시아나 항공의 M&A작업에서 기업문화 측면의 고려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만약 어떤 한 기업이 다른 기업과 합치려고 할때 기업문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M&A실패 뿐만 아니라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업문화'를 네이버 백과사전에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나온다.

기업 내에 존재하는 전통, 관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로 핵심가치로 대표되기도 하며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어 기업 경영의 효과성을 측정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하면 기업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의사결정 방식에서 탑 다운이냐 버텀업이냐 볼 수도 있고 수평적이냐 수직적 조직구조냐로 나눌 수도 있다. 경직된 조직문화냐 개방된 조직문화냐 따지기도 한다. 창의성이 중요한 조직이냐 아니면 기존방식을 잘 따라야 하는 조직이냐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 등 여러 조직은 그 '문화(Culture)'를 갖고 있는데 문화를 인식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다양성이다. 지리적, 역사적, 종교적, 사회발전단계 등 여러 요소로 인해 문화가 만들어졌으므로 타 문화에 대한 다양성의 인정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국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성공한 기업은 나름대로 굳건히 구축된 문화를 갖고 있다. 기업이 성공했다는 건 그 조직이 갖고 있는 문화가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옳은 또는 잘못된 조직문화는 존재하지 않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강력한 오너체계로 임직원을 수시로 해고시키는 문화를 가져도 되고 컨설팅 기업 IDEO처럼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져도 된다. 한국의 공기업처럼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조직이어도 상관은 없다. 나름대로 성공한 방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조직이 갖는 문화는 변화가 요구된다. 나는 수년전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에 강연을 몇차례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의 기업문화는 흔히 '군대문화'라고 칭해진다. 실제 경험해 보니 진짜라 군대처럼 느껴졌다. 교육담당자는 여직원인데도 군대처럼 '다','까'말투를 썼고 지나치는 임직원들의 모습도 군대 막사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이를 잘못된 기업문화라 부를 수는 없다. 현대자동차는 엄청나게 성공한 기업이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리딩 기업이다. 기업 연비 조작으로 문제를 일으킨 독일의 Folksvagen 도 굳건한 수직적 조직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결국 지금까지는 이런 조직문화 운영 방식이 성공의 요인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젠 이러한 기업문화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최근의 기업위기로 인해 조직문화 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글로벌 경쟁은 격화되고 임직원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조직에 충성하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해서는 답이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창업 오너가 물러나고 3세가 자리 잡아야 하는 시대적 과제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대자동차 같은 제조업이 IDEO같은 수평적 조직으로 변할 수는 없는 법이다. 판교에 있는 게임회사처럼 자유분방하고 개인의 업무실적에 좌우되는 방향으로 바뀔 수도 없다.

내가 바라보는 기업문화 다양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에서 나온다. 기술기반의 장치에서 매출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의 인력이 서비스를 해서 만들어내는지에 따라 기업문화는 상당히 다르다. 현대자동차와 엔터기업 YG의 문화가 다를 수 밖에 없고 SK에너지와 신세계 백화점의 기업문화의 공통점이 많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아시아나 항공 M&A로 돌아가서 기업문화 측면을 보자. 이 기업은 자회사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을 포함해서 항공서비스업이 주력이다. 항공기라는 장치를 이용해 매출을 올리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력 서비스업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면서도 고객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직원의 서비스 자세가 경쟁사와 차별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인수해야 기업문화 측면의 시너지를 올릴 수 있을까? 답을 내려 본다면 앞에서 내가 말했던 CJ그룹이 인수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리라고 본다. 이 기업은 요즘 각광받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에서 tvN으로 혁신적 프로를 만들었고 Mnet에서는 글로벌 아이돌을 창출해 내고 있다.

원래는 제일제당이라는 식품 제조업 기반이었지만 상당한 변신이 이루어진 셈이다. 조직 내에서도 호칭의 변호를 가장 먼저 추진했고, 비교적 수평조직으로의 변신도 앞서 있다. 성과를 바탕으로 한 인력평가 제도도 구축되었고 나름 성장성도 담보하고 있다.

이런 문화 변신의 사례들을 아시아나 항공에 도입했을때 패배주의에 젖어 있을 회사를 역동적으로 바꿀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부실화된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했을 경우 자금의 문제도 있고 기존의 문화를 바꾸는 과정에서 임직원의 저항을 만날 수도 있다. 당연히 경영자들의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경험과 소통능력이 필수다.

자금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SK그룹은 본질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장치산업이 매출의 근간이다. SK텔레콤은 가장 앞선 통신사였고 오랫동안 시장의 리딩기업으로 군림해왔다. SK에너지도 마찬가지이고 최근 인수한 하이닉스도 비슷하다. 그러니 이 기업의 성공방정식은 우수한 기술력과 안정된 장치 서비스다.

따라서 이 조직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의 기업문화 관점은 높은 기술수준을 가진 인력과 안정된 조직이다. 하지만 아시아나 항공은 기술회사도 장치산업도 아니다. 따라서 아시아나라는 항공산업을 어떻게 이끌갈 것인지, 그 조직의 문화를 어떻게 하면 매출과 이익이 담보되는 문화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상당히 크다. 아주 생소한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또 한곳 인수희망 기업은 한화그룹인데, 단언컨대 이 기업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안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기업이 갖고 있는 기업문화를 아시아나 항공에 적용했을때 시너지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모체는 한국화약이다. 바로 방산기업의 대표회사로 오너의 목소리가 큰 수직적 조직문화의 대표기업이다.

어떤 이들은 한화가 항공부품 제조기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있다고 하는데, 글쎄다. 이 기업은 수직적 조직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한화가 만약 다른 기업을 인수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삼성항공을 인수했듯이 기술력을 갖춘 부품기업들을 찾는 것이 좋다고 본다. 확실한 상품성을 갖는 제품을 생산하며 수직적 조직문화를 갖는 그런 기업들 말이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의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애경그룹은 해당사항이 없다. 이 기업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것 보다는 제주항공을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자금을 쓰는게 좋다고 본다. 더구나 애경은 유통사업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만간 이 분야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만큼 이 분야에는 경쟁이 치열하고 또 애경이 수행하기에는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오늘은 기업문화 측면으로 아시아나 항공의 M&A를 정리해 봤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고 틀려도 상관이 없다. 그저 재미삼아 써본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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